[이 글은 2024년 10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탄핵 제도의 남용과 개선 방향에 관한 연구 세미나'에서 발제자들의 발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대한민국에서 탄핵 제도가 어떻게 남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된다. 본 논설은 총 3부로 구성될 예정이며, 1편은 법조인 도태우 변호사의 발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도 변호사는 특히 대한민국 정치에서 탄핵이 정치적 도구로 남용되는 현상과 그로 인한 문제점을 비판하며, 제도적 개선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제시하였다.]
대한민국에서 탄핵이라는 제도는 원래 헌법적 질서를 수호하고 공직자의 위법 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탄핵 제도가 정치적 도구로 남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탄핵 공화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고 있다. 도태우 변호사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이후로 발의된 탄핵안은 무려 17건에 달하며, 이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총 탄핵 발의의 약 44.9%를 차지한다. 이처럼 빈번한 탄핵 발의는 정치적 공세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탄핵의 남용은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거나 상대 진영을 약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탄핵 소추권을 사용하는 데서 비롯된다. 헌법 제65조와 국회법 134조에 따르면, 공직자의 위법 행위가 있을 경우 국회는 탄핵 소추를 발의할 수 있고, 그 소추가 통과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을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탄핵 소추권이 과도하게 사용되면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들어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발의되면, 사전 조사는 물론이고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처리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2년 동안 발의된 17건의 탄핵안은 이러한 정치적 남용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예를 들어,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된 지 불과 하루 만에 탄핵 소추가 발의되었고, 국회 본회의에서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표결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속도전식 탄핵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결정으로, 충분한 조사와 검토 없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와 같은 졸속 탄핵은 법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국민의 정치적 피로감과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태우 변호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탄핵 제도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탄핵 절차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에서는 탄핵 소추안이 발의되면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이를 철저히 조사하고, 그 이후에 청문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절차는 탄핵이 단순한 정치적 도구로 남용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탄핵 소추안이 발의되면 법사위에서의 조사나 청문회 없이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되며, 24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충분한 조사와 증거 수집 없이 공직자가 직무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탄핵 제도의 본래 취지가 왜곡될 우려가 크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은 탄핵 소추권을 국회에 부여하는 반면, 이를 견제할 수 있는 행정부의 국회 해산권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는 국회가 탄핵 소추권을 남용할 경우 행정부가 이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반면 영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의회가 탄핵 소추권을 남용할 경우, 총리가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선거를 실시함으로써 의회의 권한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견제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국회의 과도한 권력 행사를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도 변호사에 따르면 현행 탄핵 절차의 또 다른 문제는 탄핵 소추가 발의된 직후 공직자의 직무가 즉시 정지된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해당 공직자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며, 이는 행정 공백과 정책적 차질을 초래한다. 예를 들어, 2023년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사건의 경우, 탄핵 소추 발의와 동시에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었고, 그로 인해 방송통신 정책의 중단과 혼란이 발생했다. 이처럼 공직자의 직무 정지는 국민의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국가 행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도 잘 드러났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국회에서의 정치적 논쟁과 국민적 갈등을 야기했으며, 헌법재판소에서의 탄핵 심판 과정 또한 충분한 조사와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탄핵 사유에 대한 충분한 사실관계 파악 없이 180일 내에 결론을 내려야 했고, 그로 인해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되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탄핵 제도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로, 이후 탄핵 절차에 대한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대한민국의 탄핵 제도는 분명히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탄핵 소추가 발의되기 전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사위원회의 조사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 현재는 탄핵 소추안이 발의되면 별도의 조사 없이 바로 본회의에 상정되는데, 이는 탄핵이 정치적 도구로 남용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법사위에서의 사전 조사를 통해 탄핵 사유가 명확히 규명되고, 그에 따라 탄핵 절차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국회의 탄핵 소추권을 견제할 수 있는 행정부의 국회 해산권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영국과 같이 행정부가 국회 해산권을 통해 의회의 권한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국회의 탄핵 소추 남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현재의 정치 구조에서는 국회가 탄핵 소추권을 남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견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탄핵 소추가 발의된 이후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 하며, 그 과정에서 충분한 사실관계 파악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대통령 탄핵과 같은 중대한 사건에서는 더 신중한 조사와 심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헌법재판소가 탄핵 사건을 처리할 때 보다 장기적인 심사 기간을 부여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과정에서 사법적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탄핵 사건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탄핵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이러한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탄핵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공직자를 처벌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정치적 목적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또한 탄핵이 남용될 경우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며, 국가의 정치적 안정성도 크게 훼손된다. 따라서 국회는 탄핵 소추권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며, 탄핵이 법적 정당성을 가지고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탄핵 제도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치권 전체가 탄핵의 본래 목적을 되새기고, 그 절차를 보다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탄핵은 헌법적 원칙을 위반한 중대한 행위에 대해 공직자를 처벌하는 절차이지, 정치적 경쟁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더욱 성숙하기 위해서는 탄핵 제도의 올바른 사용과 함께 정치적 목적에서 벗어난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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