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분이 있는 교수님과의 전화 통화에서, 자연스럽게 조전혁 서울시 교육감 후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교수님은 “이번에 보수 후보로 단일화했으니 거의 이겼다고 봐야겠죠?”라고 하시며 조 후보의 승리를 낙관적으로 전망하셨다. 이 말을 듣고 나는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0년간 보수 진영은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단일화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이번 단일화가 승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보수층 사이에 팽배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론조사 기관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CBS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두 후보 간 가상 대결을 물었더니, 정근식 후보가 37.1%, 조전혁 후보가 32.5%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차이는 4.6%포인트(p)로, 오차범위 내에 있다. '잘 모름'은 18.3%, '없음'은 12.1%였다.
10년 만에 단일화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을까?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조 후보가 처한 현실은 단순한 경쟁 구도를 넘어 구조적인 문제들이 결합되어 있다. 이러한 요인들을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면, 첫째는 보수 유권자들의 지나친 낙관론, 둘째는 조 후보 개인의 정치적 인지도와 행보, 셋째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는 선거제도의 불안정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각각의 문제는 그 자체로도 치명적이지만, 서로 결합되면서 더욱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첫째, 보수 유권자들의 지나친 낙관론은 이번 선거에서 조 후보가 직면한 가장 큰 걸림돌이다. 보수 진영은 10년 만에 서울시 교육감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승리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조 후보가 보수 진영의 단일 후보로 나서게 된 것은 보수층 결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조전혁 후보는 진보 진영 후보인 정근식 후보에게 밀리거나, 박빙의 차이를 유지하고 있을 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지는 않다.
한길리서치와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조 후보는 평균적으로 3~5%포인트가량 정 후보에게 뒤지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보수층의 지나친 자신감이 잘못된 판단을 유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선거는 단순한 지지율로 승패가 결정되지 않는다. 최종 투표율과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작용하며, 중도층의 표심이 당락을 결정짓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보수층 내부에서는 이러한 변수를 경시한 채 승리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 이로 인해 오히려 결집된 지지층의 투표율이 낮아질 위험이 있다. 선거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방심이다. 보수 진영은 후보 단일화라는 성과에 너무 안주하고 있다. 단일화는 선거 전략의 일환일 뿐, 선거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두 번째로, 조전혁 후보의 정치적 이력과 낮은 인지도는 그에게 결정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 후보는 전교조와의 오랜 싸움으로 보수 진영 내에서 인지도를 쌓았다. 전교조 해체를 주장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이를 통해 보수층의 지지를 얻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두드러지는 정치적 활동이 없었다. 정치적으로 주목받는 위치에 있지 않았고, 그 결과 정치에 무관심한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그의 이름조차 생소하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정당도 없고 번호도 없다. 투표날 투표지엔 오직 후보의 이름만 있을 뿐이다. 정당색보다는 교육 정책에 대한 방향성이 중요한 선거다. 중도층이나 정치에 관심이 적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 후보의 정치적 이력은 보수층에게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전체 유권자들에게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가 정치적 무대로부터 사라진 시간이 길었고, 교육 정책 전문가로서의 이미지 메이킹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교조와의 싸움이라는 특정 이슈에 집중된 그의 과거 행보는 교육 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와 비전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에게는 큰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과거의 전투적 이미지가 중도층이나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치적 활동의 공백과 낮은 인지도는 후보의 선거운동에서 치명적인 약점이다. 정치 관여도가 낮은 서울시 유권자들은 그가 누구인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왜 시간을 내서 투표장으로 가는 수고를 들여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이러한 요소는 선거에서 중요한 변수가 된다. 정치적 인지도가 낮은 후보는 상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욱 광범위한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조전혁 후보는 그동안의 정치적 공백기로 인해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기에는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세 번째로, 4.15 총선과 4.10 총선 이후 전혀 개선되지 않은 선거제도의 문제점은 이번 선거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여전히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제들을 안고 있다. 전자개표기를 도입한 2002년 대선 때 재검표에서 해킹의 증거로 볼 수 있는 혼표가 7개 투표소에서만 310장이 발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중앙선관위와 대법원은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21대 총선 재검표 현장에서는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듯한 빳빳한 투표용지들과 투표관리감독관 도장이라고 볼 수 없는 무효표가 1000장이 넘게 발견됐다. 이 중 대법원이 인정한 무효표로 투표 결과가 279표 바뀌었다. 다른 후보들의 표는 줄어들고 민경욱의 표만 151장 증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선거무효 판결 대신 기각 판결을 내렸다.
선거 과정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는 것이 입증됐음에도 선거과정에 문제가 없는 것과 같은 판결문이 작성된 것이다. 2002년부터 사용된 문제의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는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도 사용될 예정이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3번 연속 몰표를 준 사전선거제도 또한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교육감 선거와 같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낮고, 조작의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수 진영의 지나친 낙관론, 후보 개인의 정치적 인지도 부족, 그리고 불안정한 선거제도가 모두 결합되어 그의 당선 가능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조 후보에게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조 후보가 당선 가능성을 높이려면 이 세 가지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첫 번째로, 조 후보는 "위기감을 조성하는" 메시지를 강화해야 한다. 만약 경쟁 후보가 당선된다면 어떤 정책적 변화가 일어나고, 그로 인해 교육적, 사회적으로 어떤 부정적 결과가 발생할지 구체적으로 경고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육의 질과 아이들의 인성이 경쟁 후보의 정책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음을 명확히 알리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다. 이는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그들이 선거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두 번째로, 미디어 노출을 대폭 늘리고, 더 공격적인 캠페인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짧고 강렬한 영상 콘텐츠를 통해 자신의 공약과 비전을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에서 30초 내외의 영상으로 조 후보가 특정 정책을 통해 교육의 질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이를 유권자들이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지역 유세를 강화해, 조 후보가 직접 유권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현장 활동이 필요하다. 유권자들에게 다가가 그들이 겪는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신뢰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로, 조 후보 측은 선거 감시 인력을 대폭 늘리고,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해 투표 과정 전반을 감시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조 후보는 공정한 선거를 위한 제도 개선을 주장해야 한다. 선거법 개정을 통해 불투명한 절차를 정비하고, 유권자들이 자신의 한 표가 제대로 반영된다는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선거 조작이 발생해도 이길 수 있도록 압도적인 표를 달라고 호소해야 한다. 조 후보는 공정한 선거 시스템을 위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며, 이를 선거 캠페인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 세 가지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조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낙관론에 빠진 지지자들을 다시 결집 시키고,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며, 공정한 선거를 위한 제도 개선을 이루어낸다면, 그가 승리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부정투표가 원인입니다.
부정투표가 원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