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는 하나의 습관이다.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매일 운동을 하는 것처럼. 매일 하면 할 수록 건강해지는 습관이다. 생각하는 근육을 키우는 습관이다. 생각의 힘을 키우는 건강한 습관이지만 역효과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글쟁이들은 글쓰기를 흔히 '사고의 배설물'에 비유하곤 한다. 한 번 싸지르고(?) 나면 다시 집어 넣을 수도 없고 글쓴이가 갖고 있는 생각이 똥인지 된장인지는 일단 배설을 해봐야 제대로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드러낸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고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한 번 싸지른 글이 공론화 되면 번복하기가 어렵다. 글쓴이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따를 수 있다. 두고두고 글쓴이를 따라다니며 괴롭힐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글은 정제해서 내보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글쓴이가 생각을 정제할 수 있으면 글이 탄탄해 보이는 효과도 있다는 것은 안 비밀이다.
내 생각을 정제해서 내보내는 3가지 습관은 다음과 같다.
독자의 일반적인 견해를 염두한다. (패러다임의 이해)
다른 견해도 항상 포함시킨다. (관점의 다각화)
3. 1주장 3근거 원칙을 따른다. (주장의 최소화)
일반적인 견해는 보통 패러다임의 영향력 아래 있다. 패러다임이 일반 대중의 사고를 장악하고 있는 하나의 관념이자 문화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은 언론이나 전문가와 같이 영향력이 있는 소수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영향력 있는 소수에 의해 바뀌기도 한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때는 반드시 패러다임의 변화(Paradigm shifting)가 우선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다. 글쓴이가 쓴 글에 대한 평가는 이런 패러다임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적 관념에 의해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글쓴이가 하고자 하는 논평조차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집거나 비판하기 위해 써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패러다임의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글짓기를 할 때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글의 방향성을 결정 할 때 훨씬 수월하다. 내 주장과 다른 견해를 포함 시키는 것 역시 기존 패러다임에 대한 고찰을 위한 방법 중 하나일뿐. 주제에 대한 다양한 면을 보여줌으로써 독자와 더 많은 공감 영역을 확장하기 위함이다. 글쓴이와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늘리면 꼭 설득하지는 못하더라도 독자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의 일부를 체험하게 할 수 있다. 독자가 글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맛봤다면 글쓴이는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독자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주장이 너무 많으면 글이 붕괴되기 쉽다는 점. 글짓기 입문자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이기도 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하고 나면 정리가 안 되고 글이 산으로 가기 일쑤다. 이런 경우는 주장만 있고 근거를 뒷받침하는 문장이 부족할 때 발생한다. 글을 쓸 때 하나의 주장이 나오면 반드시 뒷 받침 되는 문장을 3개 이상 이어서 써주는 습관을 들이자. 3개 이상의 근거를 대기가 어렵다면 주장을 과감히 지워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