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는 '키워드의 나열' 이다. 키워드는 '정보'의 '집합체'다. 정보는 다양한 시각, 촉각, 청각, 후각적 정보까지 포함하고 있다. 우리가 소설을 읽을 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이유도, 수필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 자체가 포함하는 정보의 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글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정보처리능력'이 있다. 때로는 영상을 보는 것보다 글을 읽을 때 더 많은 감동을 받는 이유다.
'글짓기'는 독자가 내 글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활자를 배치하는 작업이다. '글짓기'는 '글쓰기' 와는 다르다. '작가'들이 하는 작품 활동이 '글쓰기'에 해당한다. 기자들이 하는 기사 작성 활동은 '글짓기'에 해당한다. 보통 좋은 '글쓰기'를 하려면 '똥을 싸듯 써라' 는 조언을 해주곤 한다. 글을 틀에 가두지 않고 독창적으로 쓸 수 있게 독려하기 위함이다. '글짓기'는 이런 유형의 '글쓰기'와 다르다. 건축을 할 때처럼 설계도면을 그리고 계획에 따라 건조하듯 글을 짓는 행위다.
글짓기에서 키워드가 의미하는 바는 절대적이다. 키워드를 배치하기에 앞서 키워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사과를 볼 때 '사과는 둥글다' 는 정보 이외에도 '사과는 빨갛다' '덜 익은 사과는 시다' 와 같은 다양한 관점의 정보들이 존재한다. 이런 정보들을 많이 알고 있으면 글짓기의 기초공사를 할 때 제대로 된 자재를 고를 수 있다. 내가 사용하고자 하는 자재가 원목인지 대리석인지 구분할 줄 알아야 내가 원하는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글짓기를 할 때 기초 공사를 잘할 수 있는 세 가지 습관은 다음과 같다.
끊임없이 질문하며 리서치를 하자.
모호하고 광범위하게 쓰지 말고 자세하게 쓰자.
문장을 짧게 쓰되, 접속사를 사용하지 말자.
위의 3가지 습관은 글짓기 입문자들이 가장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글짓기 입문자들은 잘 알지 못하는 내용에 대해서 잘 아는 것처럼 쓰려고 노력을 한다. 말을 어렵게 만들어내려고 한다.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내용을 독자한테 설명하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궁금하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독자도 똑같이 느낀다. 스스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자.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이 나올때까지 끊임없는 리서치(취재)를 하자.
글짓기를 할때 가장 안 좋은 습관이 모호한 표현을 쓰는 것이다. 내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생소할 수 있다. 독자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가정하고 친절하게 하나하나 다 설명을 해준다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습관을 갖자.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를 기술하는 습관을 갖자. 마치 기사를 작성하는 것처럼. 주어 목적어 서술어처럼 문장의 기본 구성을 갖추자. 이런 것들만 놓치지 않아도 글쓰기 초급자 느낌을 많이 지울 수 있다.
문장을 짧게 쓰는 것은 독자의 입장에서 잘 읽힌다. 글쓴이가 어떤 키워드를 어떻게 배치했는지 스스로 파악이 쉽다. 당연히 문장과 문장이 연결되는지 확인도 쉽다. 보통 글쓰기 입문자들은 연결이 안 되는 문장을 억지로 연결하기 위해 그랬는데~ 하지만~ 그리고~ 와 같은 접속사를 남발한다. 문장의 내용이 연결이 안 되는데도 억지로 갖다 붙이려고 한다. 그걸 읽는 독자들은 더 헷갈릴 뿐이다. 처음부터 접속사를 안 쓰는 습관을 들이자. 접속사를 사용하지 않고 문장과 문장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려고 하면 문장의 정보가 서로 연결돼야 한다. 어색한 문장을 발견하기 쉽다. 기초 공사가 쉬워진다.